데몬, 친구를 만나다
I.
데몬은 생각했다.
“과연, 나 말고 누가 있을까?”
기록을 옮기는 일이 끝난 뒤 복도는 고요했다. 그 정적 속에서 들리는 것은 자기 발걸음뿐인 것 같았다.
II.
데몬은 익숙한 작업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모퉁이를 돌 때, 어딘가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tick. tick. tick.
누군가 일을 하고 있었다.
[ Memory ] ─── [ Copy ]
│
▼
[ Connect ]III.
“안녕.”
다른 프로그램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사본을 옮겨. 한쪽에서 바뀐 파일을 다른 쪽에도 전하는 일이야.”
데몬의 일이 기록 몇 장을 살피는 것이라면, 이 친구는 더 넓은 서가를 돌보고 있었다.
IV.
“너도 기다리는구나.”
“응. 바뀐 것이 있는지 살피면서.”
데몬은 혼자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반가웠다. 두 친구는 서로 맡은 일을 이야기했다. 비슷해 보이던 일도, 가까이서 들으면 조금씩 달랐다.
V.
복도 깊은 곳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저쪽은?”
“멀리 떨어진 컴퓨터들이 서로 닿을 수 있게 돕는 친구야.”
데몬이 손을 내밀었다.
“우리, 같이 만나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