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데몬 · 03

데몬들의 회의

I.

서버실의 문이 열렸다. 긴 그림자 하나가 걸어 나왔다. 옷 위의 작은 점들이 가는 푸른 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떨어져 있는 곳들을 연결하는 게 내 일이야.”

데몬은 그 선을 한참 바라보았다. 자기 작업실 바깥에도 일이 이어지고 있었다.

II.

세 친구가 둥글게 앉았다.

“우리가 맡은 일을 서로 알아 두면 어떨까?”

사본을 옮기는 친구가 말했다.

“나는 파일을 다른 곳에도 두는 일을 해.”

데몬이 답했다.

“나는 바뀐 기록을 살펴.”

푸른 선을 두른 친구가 말했다.

“나는 서로 닿을 길을 마련해.”

[ Memory ]   [ Copy ]   [ Conne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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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Library ] ──┘
                  │
           request → response

III.

그때 사진 한 장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또 한 장, 또 한 장.

“나는 기억의 사진사야.”

새 친구가 사진들을 모았다. 지나간 풍경과 빛이 작은 서가를 이루었다.

“누군가 사진을 요청하면, 찾아서 건네주는 일도 하지.”

데몬은 서버라는 말을 떠올렸다. 다른 프로그램의 요청을 받아 무언가를 건네주는 역할. 복도에 있던 이름들이 조금씩 하는 일과 연결되었다.

IV.

사진사는 친구들을 작은 도서관으로 안내했다. 책장 옆에는 사서가 앉아 있었다.

“모든 책을 한 번에 들고 갈 수는 없어.”

사서가 말했다.

“그래서 필요한 책을 찾기 쉽도록 정리해 두지.”

데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관하는 일과 찾는 일, 옮기는 일과 연결하는 일은 서로 도우면서도 같은 일은 아니었다.

V.

회의가 끝나자 친구들은 각자의 일로 돌아갔다. 복도는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데몬에게 그 고요함은 처음과 달랐다. 이제는 저마다의 문 뒤에서 어떤 일이 이어지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때 복도 끝에서 두루마리를 든 작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