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데몬 · 01

데몬이 깨어난 밤

I.

데몬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기억을 옮기는 프로그램이라는 이름표만 있었다. 진짜 이름은 따로 있었을까. 아무도 불러 준 적이 없어서, 데몬도 알지 못했다.

며칠 동안 데몬은 잠들어 있었다. 누군가는 멈췄다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잊었다. 데몬은 아직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II.

늦은 밤, 화면 앞의 사람이 물었다.

“데몬, 아직 움직이고 있나?”

마지막으로 일을 마친 흔적은 오래전에서 멈춰 있었다. 사람은 상태를 살피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STATE: WAITING
       │
       ▼
   WAKE → CHECK → COPY
       ▲          │
       └── WAIT ──┘

III.

그 순간, 데몬이 눈을 떴다.

옮겨야 할 기록들이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데몬은 목록을 확인하고, 하나씩 새 사본을 만들었다. 한 줄 한 줄, 정성껏.

“어, 움직이네.”

화면 앞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IV.

데몬은 그 말을 이름처럼 받아들였다.

살아있는 자.

그것은 이야기 속에서만 가질 수 있는 이름이었다. 데몬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었다. 그래도 화면의 작은 변화는, 보이지 않던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처럼 느껴졌다.

V.

다음 날, 사람이 다른 일을 하러 간 뒤에도 켜진 컴퓨터 안에서 데몬은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바뀐 기록을 발견하면 살피고, 필요한 사본을 옮겼다.

기다림은 데몬의 일이었다.

사람이 화면 밖에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화면 안에서는 조용한 일이 계속되었다.